목록
글의 서두에서 사전적 정의를 들먹이는 것은 언제나 겸연쩍은 일이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다. 이따금 그런 순서를 따라야 할 때가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여러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목록’을 정의한다.
어떤 물품의 이름이나 책 제목 따위를 일정한 순서로 적은 것.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품목과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한 것. —두피디아
사람의 이름이나 물품의 이름, 책 제목, 목차, 점검 해야 할 항목 따위를 일정한 기준과 순서로 적어 알아보기 쉽도록 만든 것을 이르는 말. —위키백과
같은 속성을 가진 항목의 모임이나, 순서가 매겨진 항목의 모임. —나무위키
요컨대 목록은 일반적으로 어떤 물품의 이름이나 책 제목 따위를 일정한 순서로 적은 것을 가리킨다. 요컨대 목록은 특정 논리에 따라 배열된 정보의 질서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DNA 분자 순서는 우리 각각을 만들기 위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이 발표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재생하게 하는 정보 또한 모두 이진수(binary), 즉 0과 1에 저장돼 있다. 글자의 순서에 따라 단어가, 단어의 순서에 따라 어떤 정보를 지닌 문장이, 나아가 문장의 순서에 따라 정보를 지닌 글 한 편이 만들어진다. 즉, 정보는 어떤 순서(패턴)에 관한 것이고, 목록은 정보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목록은 항목으로 이뤄진다. 목록은 항목의 집합이다. 때로는 집합의 집합이고, 더러 집합의 집합의 집합이다. 즉, 어떤 목록은 어떤 목록의 항목이고, 어떤 항목은 어떤 항목의 목록이다. 한편, 목록은 완강하다. 목록에는 순서, 즉 지배 논리가 있고, 항목은 그에 따라 번호순(오름차순/내림차순), 알파벳순, 가나다순 등으로 배열된다. 논리가 강압적일 때 항목은 억지로 몸매를 가다듬을 수밖에 없다. 목록은 동시에 유연하다. 때에 따라 항목은 논리에 영향을 미쳐 목록의 성질, 나아가 목록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항목은 전체의 부속임에도 전체를 뒤흔들 힘을 품고 있다. 하지만 목록의 모순성은 목록이라는 형식의 가지런함 뒤에 숨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2009년 국제 도서관 협회 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rary Associations and Institutions, IFLA)에서는 『국제 목록 원칙 규범』(International Cataloguing Principles, ICP)을 승인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2조 ‘일반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에서 서지 정보를 정리할 때 적용하는 이 원칙은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정보에 접근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목록의 목표를 목록으로 제시한다.
- 사용자의 편의: 기술을 작성하고 접근하는 데 필요한 이름의 제어 형식을 결정할 때 사용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
- 관용성: 기술과 접근에 사용된 어휘는 사용자 대다수가 사용하는 어휘와 일치해야 한다.
- 표현성: 기술에서의 개체나 이름의 제어 형식은 개체 자체를 묘사하는 방식에 기초해야 한다.
- 정확성: 기술 대상인 개체는 충실하게 표현해야 한다.
- 충분성과 필요성: 이용자의 과업을 충족시키는 데 필요하고 개체를 고유하게 식별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의 데이터 요소와 접근을 위한 이름의 제어 형식 데이터 요소만 포함해야 한다.
- 중요성: 데이터 요소는 서지적으로 중요해야 한다.
- 경제성: 목표를 달성할 또 다른 방법이 있을 때 전반적으로 가장 경제적인 방법을 우선해야 한다. 즉, 최소 비용이나 가장 단순한 접근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 일관성과 표준화: 기술과 접근점은 되도록 표준화해 작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더욱 높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이는 곧 서지 데이터와 전거(典據) 데이터의 공유 가능성을 높인다.
- 통합성: 모든 유형의 자료에 대한 기술을 비롯해 모든 유형의 개체에 대한 이름의 제어 형식은, 적합하다면, 일련의 공통된 규칙에 기초해야 한다.
HTML에는 세 가지 목록이 있다.
순서가 중요하지 않은
<ul>
<li>복숭아</li>
<li>멜론</li>
<li>수박</li>
<li>무화과</li>
<li>체리</li>
</ul>
순서가 중요한
<ol>
<li>수박</li>
<li>멜론</li>
<li>복숭아</li>
<li>무화과</li>
<li>체리</li>
</ol>
사전처럼 제목을 비롯해 내용이 필요한
<dl>
<dt>수박</dt>
<dd>한 번 맛을 보면 천사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알 수 있는...</dd>
<dt>멜론</dt>
<dd>맛있게 먹기 위해 후숙이 필요한...</dd>
<dt>복숭아</dt>
<dd>원래 순우리말 '복셩'이라 불렸으나...</dd>
<dt>무화과</dt>
<dd>성경에 자주 등장하는...</dd>
<dt>체리</dt>
<dd>민구홍이 좋아하는...</dd>
</d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