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는 김보라가 연출한 2018년 장편 데뷔 영화다. 1994년 서울을 배경으로 중학생 은희의 생활과 관계를 따라간다. 가족과 학교 안의 사건, 타인과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경험이 주인공의 시간을 이룬다. 시대의 사건과 개인의 시간은 한 사람의 하루 안에서 만난다. (영화진흥위원회, 「House of Hummingbird」)
두 사람의 왼손
은희와 한문 학원 교사 영지는 모두 왼손을 쓴다. 감독이 맞춰놓은 설정이 아니라 두 인물을 맡은 박지후와 김새벽이 실제로 왼손잡이였던 데서 생긴 우연이다. 김보라는 두 사람이 같은 손을 쓰는 모습이 인물 사이의 연결을 눈으로도 느끼게 했다고 설명한다. 한문 학원의 작은 교실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지만큼 어느 손을 움직이는지도 두 사람을 잇는다. (채널예스, 김보라 감독 인터뷰)
영화 속 듣는 장면을 떠올릴 때도 대사만 옮겨 적으면 남지 않는 것이 있다. 말을 듣는 동안의 자세와 손, 기다리는 시간 같은 것들이다. 침묵을 기록하는 방법은 그런 장면 앞에서 시작할 수 있겠다.
영화와 책 사이
『벌새』 시나리오집에는 영화에서 빠진 장면도 실려 있다. 같은 인터뷰에서 김보라는 한 편의 영화가 성장 영화, 퀴어 영화, 역사 영화 등 여러 방식으로 읽히는 것을 반겼다. (채널예스, 김보라 감독 인터뷰) 편집을 생각하며 책과 영화를 나란히 읽으면 무엇이 빠졌을 때 관계의 뉘앙스가 달라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