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서는 아직 열리지 않은 전시를 예고하는 소식이 아니라, 초대장이라는 형식으로 장소를 상상하는 창작 제안이다. HTML로 전시 초대장 만들기의 파일에서 시작한다. 작품을 먼저 정하는 대신 누가 어떤 문장을 읽고 어느 문 앞까지 올지 적어본다. 전시장에는 아직 벽이 없지만 오시는 길부터 헤맬 수는 있다.
초대장으로 전시를 궁리하기
- 웹 페이지 첫머리의 ‘가상의 전시를 위한 제작 연습’이라는 문장을 남긴다. 외부에 공유해도 실제 행사로 오해하지 않도록 제목과 본문에서 분명히 한다.
- 전시 제목을 ‘아무것도 걸지 않은 벽의 목록’으로 바꾼다. 작품 이름을 짓기 전에 전시가 관객에게 부탁하는 행동을 한 문장으로 쓴다.
- 날짜와 장소는 실제 예약 가능한 정보처럼 꾸미지 말고 ‘날짜 미정’, ‘상상 속 복도’처럼 쓴다. 가상의 주소를 지도 링크로 연결하지 않는다.
- 관람 메모에 ‘들어오면서 주머니 속 종이를 한 번 펼쳐본다’처럼 작은 지시를 적는다. 그 아래에 ‘종이가 없다면 이 문장만 읽고 지나가도 좋다’ 같은 다른 길을 함께 쓴다. 참여하지 않는 선택을 실패로 취급하지 않는다.
- 파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처럼 느꼈는지 물어볼 수 있다. 답을 받기 전에는 독자가 참여했다거나 어떤 감정을 느꼈다고 기록하지 않는다.
- 안내가 지나치게 친절해서 상상의 틈을 닫는 부분 하나를 골라 줄인다. 반대로 안전이나 접근에 꼭 필요한 정보까지 시적으로 흐리지 않는다.
전시를 완성된 결과물로만 생각하지 않고 약속과 안내의 문장으로 다뤄보는 실험이다. 관객을 상상할 때 시키고 싶은 행동뿐 아니라 참여하지 않는 관객의 자리도 마련할 수 있다. 초대장이 실제 행사로 자란다면 초대장과 약속의 거리도 다시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