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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질서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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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가 서 있는 곳 인터넷은 이미 오래전에 한 도시가 되었다. 중심가는 광고와 알고리즘이 점령했고, 사람들의 말과 이미지는 상품이 되었다. 배움도 예외가 아니다. 코딩 교육은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글쓰기 수업은 자기계발 산업의 한 코너로 편입됐다. 새로운 질서는 이 도시의 변두리에서 시작한다. 손으로 코드를 쓰고, 자기소개를 웹사이트로 만들고, 회사를 하나의 글쓰기 형식으로 다루는 사람들의 작은 집합. 우리는 이곳을 학교, 스튜디오, 실험실, 그리고 잠정적인 피난처로 사용한다. # 2. 새로운 질서의 세 가지 약속 첫째, 우리는 ‘중립’을 거부하고, 억압에 대해 편파적이다. 모든 의견을 환영한다는 말은 보통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이다. 새로운 질서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나이, 성별, 젠더, 계급, 인종/민족, 국적, 종교, 장애를 향한 혐오와 조롱, 존재를 지우는 언어는 이 공간의 밖으로 밀어낸다. 모든 갈등이 악의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무지는 설명과 대화로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악의는 여전히 존재하며, 우리는 그 악의를 품은 채 같은 방에 머무를 의무가 없다. 이곳의 편파성은 피억압자의 편을 드는 쪽으로 기운다. 둘째, 우리는 각자의 성장을 위하는 동시에, 공동의 안녕을 위해 약간씩 손해 볼 준비를 한다. 새로운 질서는 ‘서비스’가 아니라 ‘서로의 시간과 주의를 나누는 구조’다. 수업 참여, 과제 제출, 피드백, 기록은 각자의 포트폴리오를 채우기 위한 작업이면서 동시에 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이다. 너무 착한 사람만 남겨두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모든 관계를 효율과 이득의 언어로 계산하는 태도, “나는 여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만 반복하는 태도는 이 구조와 맞지 않는다. 우리는 가능하다면 “여기서 무엇을 같이 만들 수 있는가”를 한 번쯤은 더 묻는다. 셋째, 우리는 관계를 다시 인간적인 것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코드, 링크, 파일, 노션 페이지, 깃 저장소 뒤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우리는 상대를 고객, 팔로워, 인맥, 잠재 수강생으로만 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웹사이트는 상품 목록이기 전에 자기소개이고, 커리큘럼은 판매용 패키지이기 전에 한 시기의 사유를 정리한 문서다. 우리는 서로를 ‘기회’로 보기보다 ‘문장’으로 바라보려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라면, 지워버리기 전에 한 번쯤 다시 읽어본다. # 3. 우리의 방법 작은 규모를 선택한다. 새로운 질서는 일부러 작게 유지된다. 한 번에 수십, 수백 명을 상대하는 대신, 손에 잡히는 수의 사람들과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고, 코드를 직접 읽고, 서로의 글을 직접 돌려본다. 이 느린 속도가야말로 우리가 선택한 기술이다. 빠르게 확장되는 순간, 관계는 통계가 되고, 갈등은 공지사항이 된다. 우리는 가능하면 통계와 공지 사이의 시간을 버틴다. 로컬 과학을 실천한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험으로 취급한다. 관찰한다 → 무엇이 잘 작동하고 무엇이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기록한다. 가설을 세운다 → 규칙을 조금 바꾸거나, 과제의 형식을 바꾸거나, 말 걸기의 방식을 바꿔본다. 실행한다 → 어색한 시도와 실패를 감수한다. 그리고 다시 관찰한다. 이 과정은 논문이 되지 않겠지만, 새로운 질서 안에서는 충분히 쓸모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질량 민주적 방법을 연습한다. 우리는 참여자의 욕구, 막막함, 불편함을 귀찮지 않은 문제로 취급한다. 불만을 수집하고, 그 안에서 퇴행적 욕망(다시 위계적 권력으로 돌아가려는 욕구)과 진보적 욕망(더 평평하고 안전한 구조를 원한 것)을 가려서, 짧고 명료한 문장들로 다시 제시한다. 그리고 그 문장을 먼저 실천해본다. 조직자는 이 공간의 두뇌라기보다, 조금 먼저 몸을 던져보는 실험 대상에 가깝다. 성공과 실패는 다시 커리큘럼과 규칙의 언어로 환원된다. # 4. 새로운 질서의 에티켓 선의로 시작하기. 우리는 상대의 말을 처음 들을 때, ‘해코지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설명이 부족한 사람’으로 가정한다. 오해는 빠르게 자라기 때문에, 질문은 느리게 던진다. 갈등을 대화로 다루기. 논쟁은 이기기 위한 형식이고, 대화는 이해를 갱신하기 위한 형식이다. 새로운 질서는 후자를 선호한다. 입장이 바뀌지 않더라도, 관점이 한 번쯤 흔들리는 경험을 실패로 여기지 않는다. 서로의 논리를 조금 더 정확하게 오해하는 쪽으로 나아가면 충분하다. 공유된 공간을 의식하기. 우리는 서로의 시간과 주의를 공유 자원으로 취급한다. 말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말을 줄이는 연습을, 말이 적은 사람은 한 번 정도 더 말해보는 연습을 한다. 대화의 한가운데를 혼자 점유하려는 시도, 전혀 상관없는 PR이나 자기 소개를 끼워 넣으려는 시도는 이 질서와 맞지 않는다. # 5. 웹, 과거, 그리고 새로운 질서 새로운 질서는 ‘올드 웹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아니다. 옛 웹의 미감과 느릿함, 손으로 만든 페이지의 서투름은 우리에게 좋은 재료이지만, 목적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HTML이라는 오래된 형식으로 오늘과 내일을 다시 쓰기”다. 향수는 스킨일 뿐, 운영체제가 아니다. 우리는 서브컬처로 남는 것에 관심이 없다. 가능하다면, 이 수업과 회사와 웹사이트들이 기존 웹 문화의 일부를 조금씩 밀어내는 카운터컬처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 6. 마지막으로 새로운 질서는 거대한 플랫폼이 아니다. 이 선언문도 정책 문서라기보다, 잠정적인 사용 설명서에 가깝다. 우리는 오래 버티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 다만 버티는 동안만큼은, 이 공간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장소이기를 바란다. > 왜 또 하나의 취미 모임, 또 하나의 클래스, 또 하나의 프로젝트로 만족해야 할까? > 왜 하나의 수업으로 끝낼까,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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