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는 미술과 디자인, 책과 놀이를 가로지르며 재료의 가능성을 실험한 이탈리아의 작업자다. 1949년부터 이어간 리브리 일레지빌리 시리즈에서는 글의 전달 대신 종이의 색과 크기, 잘린 형태와 페이지의 순서를 탐구했다. 코라이니에서 발행한 『리브로 일레지빌레 MN 1』도 그 작업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종이는 글자를 받쳐주는 바탕만이 아니라 스스로 관계와 리듬을 만드는 재료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는 행동을 통해 달라지는 구성을 경험한다. 예술가의 책과 상호작용을 함께 생각하면 내용을 읽는 일과 사물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가까운지 살펴볼 수 있다. 화면에서도 여백과 순서, 가려졌다 드러나는 부분을 작업의 재료로 다룰 수 있다는 비교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