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홍 매뉴팩처링이 itch.io에 공개한 웹 브라우저 게임을 모았다. 물건을 움직이는 게임도 있고, 움직이는 물건의 자리에 놓여 주변을 바라보는 게임도 있다. 문자를 읽고 책을 모으고 포스터를 고치는 일이 각기 다른 규칙이 된다.
문자와 인쇄물을 다루기
- 한글 시뮬레이터(Hangeul Simulator): 색색의 자모를 골라 ‘한’과 ‘글’ 같은 음절을 만든다. 자모가 결합하면 격자와 설명이 나타나며, 처음 고른 자음의 색이 만들어진 음절에 이어진다. 정해진 단어나 점수 없이 글자를 조합한다.
- HTML 시뮬레이터(HTML Simulator): 최초의 웹사이트를 출발점으로 하이퍼링크를 따라 문서 사이를 이동한다. 링크의 글자색 안으로 들어가는 이동 장면과 지나온 문서들의 연결을 통해 HTML 문서를 공간처럼 둘러본다.
- 조르주 페렉 시뮬레이터(Georges Perec Simulator): 영문에서 소문자 e와 대문자 E를 찾아 지운다. 화면에는 단계와 남은 e의 수가 표시되며, 글자를 누르거나 키보드로 골라 지울 수 있다. 특정 글자를 배제하는 리포그램과 글쓰기의 제약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 「회사 소개」 시뮬레이터(“About the Company” Simulator): 소개문이 인쇄된 종이를 들고 뒤집거나 바람에 날린다. 종이를 구겼다가 펼치면 문장은 그대로지만 주름이 남는다. 읽을거리의 내용과 그것을 담은 물건을 따로 만져보는 게임이다.
- 「회사 소개」 시뮬레이터 2(“About the Company” Simulator 2): 소개문의 첫 글자가 되어 인쇄면을 굴러다니며 다른 글자를 붙인다. 모인 글자 덩어리는 커지고 문장이 있던 자리에는 빈틈이 생긴다. 제목과 작은 표기까지 수집 대상이 된다.
- 『홀 어스 카탈로그』 시뮬레이터(“Whole Earth Catalog” Simulator): 홀 어스 카탈로그를 움직여 떨어지는 지구를 받거나 다시 튕긴다. 충돌할수록 지구는 작아지고 책에는 흔적이 쌓인다. 지구를 놓쳐도 돌아온 지구를 다시 받을 수 있으며 점수는 없다.
익숙한 게임을 다른 자리에서 보기
- 봄버맨 시뮬레이터(Bomberman Simulator): 봄버맨이 폭탄을 설치하고 떠나면 그 폭탄의 시점으로 장면을 본다. 주변을 살필 수 있지만 폭탄을 놓은 사람을 따라 피할 수는 없다.
- 브레이크아웃 시뮬레이터(Breakout Simulator): 공과 라켓의 경기를 보다가 벽돌 하나의 자리로 이동한다. 공이 되돌아올 때마다 이웃한 벽돌이 사라지는 장면을 지켜본다.
- 버블 보블 시뮬레이터(Bubble Bobble Simulator): 발판을 오르는 버브를 바라보다 방울 안에 갇힌다. 떠오르는 방울 안에서 주변과 바닥을 둘러보는 동안 버브가 뒤따라온다.
- 스페이스 인베이더 시뮬레이터(Space Invaders Simulator): 외계인의 자리에서 자동으로 진행되는 장면을 본다. 시점이 바뀐 뒤 화면을 끌거나 방향키·WASD로 둘러볼 수 있고, 화면의 버튼으로 평면 화면과 시점을 오간다.
- 애스터로이드 시뮬레이터(Asteroids Simulator): 우주선을 상대하는 소행성의 시점으로 들어간다. 충돌 뒤에는 갈라진 파편 하나를 따라가며, 공격을 피하는 대신 바라볼 방향을 고른다.
- 팩맨 시뮬레이터(Pac-Man Simulator): 미로의 점 하나가 되어 다가오는 팩맨을 바라본다. 시선을 돌리는 일은 가능하지만 점의 위치를 옮길 수는 없다.
-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시뮬레이터(Super Mario Bros. Simulator): 굼바의 위치에서 마리오가 걷고 달리다가 뛰어오르는 모습을 본다. 같은 장면을 마리오가 아닌 아래쪽의 인물에게서 바라본다.
- 테트리스 시뮬레이터(Tetris Simulator): 떨어지는 블록을 이루는 한 칸의 시점으로 들어간다. 착지한 뒤 다른 조각들이 빈자리를 메우고 한 줄이 완성되는 과정을 안쪽에서 기다린다.
- 퐁 시뮬레이터(Pong Simulator): 두 라켓 사이를 오가는 공을 보다가 공 자체의 시점으로 옮겨간다. 라켓을 조작하는 대신 계속되는 경기 속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일을 맡거나 자리를 차지하기
- 예술가 시뮬레이터(Artist Simulator): 전시장에 놓인 의자에 명패, 작가 노트, 가격표를 더하고 관람 거리를 정한다. 같은 의자를 둘러싼 조건을 바꾸며 무엇이 작품을 성립시키는지 살펴보게 한다.
- 디자이너 시뮬레이터(Designer Simulator): 메신저로 받은 의뢰에 맞춰 포스터의 글자와 도형, 크기와 색을 조정한다. 결과를 보내면 수정 요청이 이어지고 첫 시안이 다시 거론되기도 한다. 그래픽 디자인의 결과뿐 아니라 의뢰와 수정의 왕복이 진행을 이룬다.
- 애서가 시뮬레이터(Bibliophile Simulator): 책을 굴려 다른 책을 붙이고 더 큰 덩어리를 만든다. 작은 책을 모으면 처음에는 가져갈 수 없던 큰 책도 수집할 수 있다. 책을 모으는 진행과 실제로 읽는 일은 별개다.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시뮬레이터(Marina Abramović Simulator): 작가의 자리에 앉아 다가와 머물다 떠나는 관객을 마주한다. 동시에 화면 가장자리에 바깥세상의 소식이 쌓여 눈앞의 사람에게 주의를 두는 일을 방해한다.
- GTA6 시뮬레이터(GTA6 Simulator): 거대한 게임 패키지가 되어 세계의 도시를 찾아간다. 닿은 도시는 같은 패키지로 변하고 플레이어의 몸집은 커진다. 이동한 곳이 많아질수록 세계에 같은 모양이 늘어난다.
작은 동작을 계속하기
- 시계 시뮬레이터(Clock Simulator): 시계 면을 누를 때마다 초침을 한 칸씩 보낸다. 60번 눌러 만든 일 분과 그동안 실제로 흐른 시간을 따로 기록한다. 누르지 않는 동안에는 게임 속 시계도 멈춘다.
-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 시뮬레이터(Needle in a Haystack Simulator): 건초를 밀어내며 그 사이의 바늘 하나를 찾는다. 단계가 올라가면 건초와 비슷한 물건이 늘어나며, 마지막 단계에는 건초 4,200가닥이 놓인다. 찾아야 하는 바늘의 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 돌 시뮬레이터(Stone Simulator): 벌판에서 돌을 굴려 냉장고, 전화기, 우산 같은 물건을 찾아간다. 물건 가까이 가면 짧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이동이 다음 글을 발견하는 방법이 된다.
- 혀 시뮬레이터(Tongue Simulator): 혀를 늘여 소금·설탕 또는 자유·소유 같은 단어에 닿게 한다. 혀를 놓으면 맛에 관한 반응이 돌아온다. 먹을 수 있는 대상과 추상적인 말을 같은 동작으로 만난다.
- 아기 시뮬레이터(Baby Simulator): 침대에 누워 천장과 모빌,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울거나 웃고 잠드는 행동 사이로 생각이 이어지며, 잠에서 깨어나도 같은 공간으로 돌아온다.
함께 읽기
-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와 나란히 놓고, 무엇을 실제처럼 재현하는지보다 어떤 행동과 기다림을 남기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같은 ‘시뮬레이터’라는 이름이 반드시 같은 목표를 뜻하지는 않는다.
- 플레이어가 아닌 자리에는 공, 벽돌, 점, 폭탄처럼 흔히 조작의 대상이 되는 쪽에서 게임을 보는 방법을 더 모아볼 수 있다. 조작할 수 있는 것과 바라볼 수만 있는 것을 구분해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