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문으로 만들기는 완성된 모양 대신 다른 사람이 실행할 조건을 작성하는 창작 연습이다. 이벤트 스코어와 인스트럭션 아트(instruction art)를 참고할 수 있다. 오노 요코의 『그레이프프루트』(Grapefruit, 1964)에는 음악과 회화, 사건, 시, 사물 등에 관한 지시가 담겼다. 이 사례는 설명문을 작품의 뒤에 붙이는 것과, 문장이 작업의 출발점이 되는 일을 비교하게 한다.
실행한 사람에게 되돌려 받기
다음은 원작의 지시문을 옮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글쓰기를 생각하며 만든 연습 제안이다.
- ‘이 방에서 가장 늦게 발견한 물건을 한 문장으로 적는다’처럼 시작할 행동 하나를 쓴다.
- 다른 사람에게 건네고, 먼저 해설하지 않은 채 어떻게 읽는지 살핀다. 실행을 원하지 않거나 조건을 묻는 반응도 지시를 받은 뒤의 첫 반응으로 남길 수 있다.
- 실행자가 고른 뜻과 작성자가 예상한 뜻을 나란히 기록한다.
-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만 남긴 판본과 더 자세히 쓴 판본을 비교한다.
모호함을 모두 없애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실행을 유보한 지시문도 읽기와 상상의 재료로 남길 수 있다. 어느 해석을 허용하고 어느 조건을 공유할지 정하는 일이 작업의 일부다. 코드처럼 정확한 실행이 필요한 지시와, 사람의 판단에 열어두는 지시를 구분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