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유난히 뜨겁고 습했던 2016년 여름을 미국 뉴욕에서 보낸 한 한국인은 미국인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또다시 이름을 둘러싼 문제에 부딪혔다. 자신이 짓지는 않았지만, 30여 년 동안 사용해온 이름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성과 이름의 순서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민구홍과 구홍민은 서로 완전히 다른 사람, 나아가 다른 존재였으니까.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구홍민이 ‘minguhong’을 타자하는 껄끄러운 상황을 헤아리면 이는 그에게 작지 않은 문제였다. 게다가 그해 봄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컴퓨터와 인간이 벌인 바둑 경기에서 미국인 해설자가 인간 대표인 한국인 기사의 이름을 성 이름순으로 부르는 장면에 적지 않은 희열을 느낀 터였다. 결국 그는 미국인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정중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말했다.
Hi, I’m Guhong Min AKA Min Guhong.
이윽고 소개를 들은 한 미국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인 뒤 그를 ‘존’(John)으로 부르기 시작했다.